2015년 4월 15일 수요일

아이들을 보내고 1년 후



세월호가 침몰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295명의 아이들이 그들의 세월을 마감하고, 9명의 아이는 아직도 찬 바다속에 있는 중에 우리는 한 해를 보냈다.

말레이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낮엔 자고 밤에 생활하는 올빼미로 지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 일찍 수학여행 가는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모두가 구조되었다는 이야기와, 그게 오보였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타국에서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죽음이라는 큰 슬픔과, 그 이야기에 대해 위로하고 물어보는 외국 친구들, 그리고 믿기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던 재난 수습을 보면서 나는 모두들 한국을 좋아해주는 동남아에서 한국인으로 어깨피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내 나라가 부끄러웠다. 
사고 후 7시간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대통령과 자신이 민간구조인이라고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 해경의 미흡한 대처까지. 먼 타국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지만, 당국은 무능했다.

1년이 지난 오늘, 그 날의 모습들과 지금을 비교해보자면 큰 변함이 없다는데 절망스럽다. 성완종 비리로 세상은 들썩이지만 모두가 발뺌한다. 또한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가버렸다. 7시간 실종되어 있던 우리 대통령은, 또 한 번 국민으로부터 실종됐다.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 세월호 일은, 많은 이들로부터 '그만하라' 등 입에 담기 힘든 말로 유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사람이 전부다.
경제도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전부다. 대한민국 같이 영토도 작고, 자원 하나 나지 않는 나라야 말로 정말 사람이 전부다. 그런 나라에서, 오늘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영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보인다. 열정페이라는 말로 자조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허비되고 있는 나라, 396명의 미래가 바다 속에 그 생을 마감했음에도 대통령과 장관이 그들의 추모조차 꺼려하는 나라. 우리는 지금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자정을 지나 오늘이 된, 세월호 일이 있은지로부터 1년 ('사태'라는 말을 꺼내기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 많은 것은 그 때와 변함없이 그대로고, 더 악화됐다. 내가 사는 나라가, 이 사회가 더 사람을 중요시 생각하고, 내가 국가로부터 존중받고,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오늘이 시작이다. 오늘부터 변해야 우리는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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